日本語



강제동원 소송에서 소극적 판단이 잇따른 이유

‘대일 융화’의 정치적 판단이 아니다.


'주간 금요일' 2021.6.18호에
기고한 글을 한국말로 옮겼다.

  올해 1 월 8 일 서울중앙지법이 일본군 '위안부'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일본국에 명령한 획기적인 판결 (1.8 판결)을 선고한 후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불이익으로 보이는 3건의 판결과 결정이 잇따라, 한국 사법은 ‘리바운드’하고 있다고 보도되었다. 보도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4.21, 위 법원 민사15 부 (민성철 재판장)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국을 상대로 한 제2차 소송에서 일본의 국가면제를 인정하며 청구를 각하 했다.
 ② 그 직후 1.8 판결의 재판부 (민사 34부)가 원고의 압류 신청을 각하했다고 보도되었다 (아래와 같이 정확하지 않은 보도).
 ③ 6.7, ②와 같은 민사34부 (김양호 재판장)는 서울의 아시아태평양전쟁 희생자유족회가 주도하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집단 소송을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재판으로 청구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는 이유로 각하했다 (①, ③의 판사는 다른 사람이고, 같은 판사에 의한 판결이라는 일본 보도는 초보적인 오보이다).   

기묘한 소송 비용 결정

 ①은 유감스러운 판결이지만, 국제법에 대해 이 판결과 같은 보수적인 시각과 인권 중심의 새로운 시각이 팽팽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1.8 판결이 "획기적"였다고 할 수 있다. 민성철 재판장의 법정 발언 등을 통해 오래전부터 각하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었고, 이 판결이 1.8 판결 후의 한국 사법 전체의 흐름을 나타내는 것도 아니다. 예측할 수 없지만 향후 상급심에서 원고들의 주장이 인정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한편, ②의 보도는 이상했다. "원고가 청구한 강제집행을 법원이 부정했다", "소송 비용의 집행을 부정했으므로 손해배상의 집행도 부정될 것이다", "원고들의 일부가 한일 합의에 따른 지원금을 받은 것이 각하의 이유이다", "판결을 집행하면 국제법상의 금반언에 위반한다고 판단되었다" 라고 보도되어 무슨 일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원고들이 강제집행 신청을 한 적도 없고, 강제집행은 본안 법원 (민사 34 부)의 관할하는 문제도 아니다.
 후에 결정문을 입수해서 알고 보니 3.29에 소송 비용에 관한 결정이 있었는데 그 내용은 무자력인 원고들이 유예되던 인지세 (약 330만 원)를 패소자인 일본국에 추심하지 않기로 한다는 것 뿐이었다. 결정을 내린 판사는 1.8 판결을 선고한 김정곤 판사의 후임으로서 2 월에 부임한 김양호 판사인데, 이 판사가 결정이유에 1.8 판결과 집행에 대한 반대 의견 등 쓸 필요도 없는 것을 쓰고 있던 것이다.  

1차 변론에서 결심하고 판결 선고

 그리고 그 김양호 재판장이 6.7, ③의 판결을 선고하여 전 ‘징용공'의 일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한 2018 대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하급심이 확정 판례를 재검토하려고 하는 것 자체는 부당하지 않다. 하지만 그 경우에는 판례를 믿었던 당사자에게 기습을 가하지 않도록 법원의 심증을 보여 신중한 심리를 진행하며 판례가 불합리하다는 것을 객관적이고 설득적인 이유로 나타내는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 재판장은 5.28 제1차 변론에서 ‘이미 대법원 판결이 있기 때문에 논점은 정리되어 있다"고 하면서 즉시 결심하고 느닷없이 대법원 판결과 반대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 게다가 판결 기일에 많은 원고들이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하여 6. 10.의 선고 기일을 갑자기 7 일로 변경하여 당일 아침에 메일이나 전화로 대리인 변호사들에게 통지했다고 한다. 상식을 벗어난 난폭한 소송지휘이다.
 이 판사에는 의정부 지법 판사 시절의 일화가 있다. 무고죄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1 년을 선고했는데, 피고인이 "엉터리 재판이다" 라고 판사에게 욕을 하자 판사는 그 자리에서 징역 1 년을 징역 3 년으로 “수정”했다는 것이다 (2017.1.19 중앙일보). 괴이하고 엉뚱한 일이다.  

‘국가의 위신이 바닥으로 추락’

 판결 이유의 주요 부분은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개인 청구권은 소멸하지는 않지만 재판으로 청구할 수 없게 됐다"고 하는 2018 대법원 판결 소수 반대의견을 베낀 것이다. 대법원 판결 다수의견을 부정하는 이유로서 "조약 불이행을 정당화하는 이유로서 국내법을 원용할 수 없다"는 비엔나 조약법협약을 인용, "국제적으로 일본의 식민지 배를 불법으로 하는 자료는 없고, 식민지배의 불법을 전제로 하는 다수의견은 국내 해석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조약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확정 판례를 불합리하다고 하는 이유로서는 전혀 설득력이 부족하다. 유엔 국제법위원회가 일본의 한국병합을 불법이라고 단정한 적도 있고, 다수의견은 청구권 협정의 적용 범위를 해석했을 뿐이지 불이행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다수 의견과 동일한 결론을 취하는 개별의견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반드시 전제로 하지 않는 것이다.
 이어서 판결은 만일 "원고들의 청구를 인정하여 강제집행하면 국제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영토 사안’ '위안부 사안’ ‘강제동원 사안’의 어느 하나라도 국제 재판에서 패소하면 "이제 막 세계 10강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문명국으로서의 위신은 바닥으로 추락하며', '국격 및 국익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것이 명백하다."라고 한다. 이는 법 해석이 아니라 개인의 망상에 의한 불안감의 독백이다. 그리고 그 독백의 끝에 국가안보, 질서유지를 위해서는 원고들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제한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단언한다.
한국의 한 여당 정치인이 "일본 판사가 쓴 판결인가?" 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일본판사들에 대해 무례한 말이다. 이 판결 만큼 인권에 무관심한 판결은 일본의 약100건의 전후보상재판 중에서도 1 ~ 2사례가 있을 뿐이다. 바로 ’대한민국의 문명국으로서의 위신’을 ’바닥으로 추락시키는’ 판결이다.

대일 메시지가 아니다

 위와 같이 ②,③의 경우는 피해자의 인권을 중시하는 사법의 흐름에 반발하는 한 판사의 폭주이며, 역시 한국사법 전체의 흐름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하물며 한국 정부의 동향과 연관 지어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6.7 판결은 문 대통령의 대일 융화 메시지. G7에 출발할 날짜에 따라 선고 기일을 앞당겼다"라는 음모론 같은 보도까지 있었지만, 이 보도의 밑바닥에는 한국에 사법의 독립이나 법관의 독립이 있다는 사실을 아무래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편견이 숨어 있다.  
 물론 한국에도 피해자들의 권리 주장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이나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들을 혐오하는 사람들도 많이 존재한다. 이번 판결이나 결정이 그런 사고 방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사법 판단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수십 년의 흐름을 보면 일본 사법과는 달리, 한국 사법이 일진일퇴를 반복하면서 인권 중시의 방향으로 착실하게 전진하고 있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HOME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