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 대통령은 이미 해결한 문제를 다시 문제 삼았을까?


지난 8.15 광복절 기념 축사와 8.17 취임 100일 기자회견의 문 대통령 “강제 징용자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 항의하고 일본 언론들은 문 대통령이 외교적 합의와 종래의 한국 정부 견해를 뒤집어서 징용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면서 새로운 요구를 꺼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항의는 전혀 근거자 없고 언론 보도는 전제 사실이 근본적으로 잘못이며 단순한 오보를 넘어서 "가짜 뉴스"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우선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의 기존 견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2 “조약으로는 개인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는다”란 주장은 일본 정부가 시작
최고재판소도 개인 청구권 인정


일본 정부는 조약 등(샌프란시스코 평화 조약, 일소 공동 선언 등)에 의한 “포기”는 개인의 권리 소멸을 의미하지 않고 국가의 외교 보호권 포기를 의미하는 데 불과하다는 견해를 1950년대부터 채용해 왔다. 조약 등에 의해 개인 청구권을 소멸시켰다고 하면 원폭 피해자나 시베리아 억류자 등 일본인 피해자로부터 일본 정부가 보상 청구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원폭 피해자가 일본 정부에 보상을 요구한 원폭 재판에서 일본 정부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국가가 국제법에 의한 개개인의 배상 청구권을 기초로 외국과 협상하는 것은 국가의 권리이며 이 권리를 외국과의 합의로 포기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본국 정부를 통하지 않고 개인이 독립해서 직접 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국가의 권리와는 다르므로 국가가 외국과의 조약으로 어떤 약속을 하더라도 이에 직접 영향을 받지 않는다."(도쿄 지법 1963.12.7. 판결에서 인용)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해서도 1991.8.27. 참의원 예산 위원회에서 야나이 슌지(柳井俊二) 외무성 조약 국장은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일한청구권협정에 있어서 양국 간의 청구권 문제는 최종적으로 완전히 해결한 것입니다. 그 의미하는 바는…이는 한일 양국이 국가로서 갖고 있는 외교 보호권을 상호 포기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른바 개인 청구권 자체를 국내법적인 의미로 소멸시켰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 후에도 유사한 답변이 반복되면서 "외무성 조사 월보"1994년도 № 1 p112에도 다음과 같이 명기됐다.

‘“국가가 국민의 청구권을 포기한다’는 문언의 의미는,국내법상의 개인 청구권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국가가 자국민의 청구권에 대해 국가로서 국제법상 갖는 외교보호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해석도,일본정부가 지금까지 일관되게 취해 오고 있는 바이다.”

이 견해에 따라 1990년대에는 외국인 원고에 의한 전후 보상 소송에서 일본 정부가 조약에 의한 청구권 포기의 항변을 주장한 일이 없었다. 그런데 2000년경부터 일본 정부는 이들 소송에서 조약(한일청구권협정, 일중공동성명, 일화조약, 샌프란시스코평화 조약 등)에 의해 피해자들은 청구할 수 없게 됐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일본인 피해자의 보상 청구에 대해서는 "조약으로 포기한 것은 외교 보호권일 뿐, 피해자는 가해국의 법제도에 따라 청구할 수 있으므로 일본 정부에는 보상 책임이 없다"라고 거부해놓고, 외국인 피해자의 일본 법제도에 따른 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조약에 의하여 청구할 수 없게 됐다"라고 거부하는 것이고, 불성실한 주장이었다. 다만 그 법적 설명은 소송마다 달라(어떤 사건에서는 개인의 권리 소멸, 다른 사건에서는 외교 보호권 포기의 결과 청구할 수 없게 됨, 또 다른 사건에서는 재판으로 청구할 수 없게 됨 등), 혼란했다. 또 2001.3.22. 참의원 외교방위 위원회에서 에비하라(海老原) 조약 국장은 소송에서의 주장은 정부의 종래 주장을 변경한 것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최고재판소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여, 2007.4.27. 니시마츠(西松) 건설 사건 판결에서 중국인 강제 연행 피해자들의 청구권은 일중공동성명에 의해 포기됐다고 판시했지만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여기서 말하는 청구권 ‘포기’란 청구권을 실체적으로 소멸시키는 것까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청구권에 따라 재판으로 청구하는 권능을 잃기에 그칠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므로 개별 구체적인 청구권에 대해서, 그 내용 등에 비추어 채무자 측에서 임의로 자발적인 대응을 하는 것은 무방하다".

그리고 이 최고재판소 판결에 따라 정부도 견해를 정리했다. 예컨대 후지코시(不二越) 2차 소송 1심에서 정부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원고들이 상기 각 청구권에 근거한 청구를 해도 일본 및 그 국민은 이에 응할 법적 의무가 없다. 여기에 법적 의무가 없다는 것은 국내법적으로 소멸했다는 뜻이 아니라 한국 국민이 ‘청구권’을 어떻게 법적으로 구성해서 일본 및 그 국민에 대하여 청구하더라도 일본 및 그 국민은 이에 응하는 법적 의무가 없다는 뜻이다."(토야마(富山) 지법 2007.9.19. 판결에서 인용).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위 판결을 비롯한 하급심 판결은 촤고재판소 판결의 논리를 한일청구권협정에도 적용했다. 이처럼 한일청구권협정은 징용 피해가 개인의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외교 보호권 포기를 의미하는 데 불과하다는 견해의 창시자는 일본 정부다. 그리고 2000년대 초기의 일부 소송에 있어서의 혼란한 주장을 제외하고는 한일청구권협정은 개인의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견해를 일본 정부는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3 한국 정부도 종전부터 개인 청구권을 인정
대법원에 의해 한 걸음 전진


한편으로 한국 정부는 당초 개인의 권리 소멸과 외교 보호권 포기의 차이를 의식하지 않았다고 생각되지만 일본 정부의 해석을 받아서 김영삼 정부 때인 1995. 9.20. 공노명 외무부 장관이 국회 통일외무위원회에서 다음과 같이 답변해서 양측이 별개의 것임을 확인했다.

"우리 정부는 1965년 한일 협정체결로 일단 일본에 대해서 정부차원에서의 금전적 보상은 일단락된 것으로 이렇게 보고……개인적인 청구권에 대해서는 정부가 그것을 인정을 하고 있고…"

김대중 정부 때인 2000.10.9.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은 서면 답변서에서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한일 양국 정부는 피징병 징용자의 배상 등 양국 간 청구권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1965년 ‘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여 양국 정부간에 청구권문제를 일단락지은 바 있습니다. 다만…… 정부로서는 ‘청구권협정’이 개인의 청구권 소송 등의 재판을 제기할 권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또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한국 정부는 한일 회담 자료를 공개하면서 민관공동위원회를 개최, 같은 해 8.26 발표된 민관공동위원회 견해는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ㅇ 한일청구권협정은 기본적으로 일본의 식민지배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고,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에 근거하여 한일양국간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음 ㅇ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 일본정부․軍등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청구권협정에 의하여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일본정부의 법적 책임이 남아있음 - 사할린동포, 원폭피해자 문제도 한일청구권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음"

또 이 견해는 무상 3억달러의 경제 협력 자금에는 "강제동원 피해보상 문제 해결 성격의 자금 등이 포괄적으로 감안되어 있다고 보아야” 해서 "정부는 수령한 무상자금중 상당금액을 강제동원 피해자의 구제에 사용 하여야 할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처럼 이 견해는 강제 동원 문제가 한일청구권협정의 법적 효력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기되지 않았지만 "위안부", 사할린 잔류 한국인, 원폭 피해자 문제는 청구권 협정 범위 밖이라고 명시하는 한편, 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청구권협정은 개인 청구권을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종전 정권의 해석을 변경한다는 기재도 없어서, 강제 징용 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의 범위 내에 있고 외교 보호권을 포기했다는 취지라고 일반적으로 이해되고 있었다. 또 한국 정부의 강제 동원 피해자 구제에 대해서는 위와 같이 "도의적 책임"이라고 평가해서, 그 후의 입법에서도 "인도적 차원에서 위로금 등을 지원함으로써 이들의 고통을 치유하고 국민화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자지원법 제1조)등 규정해서 한국 정부가 배상 책임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시했다.

그런데 대법원 2012.5.24. 판결은 미쓰비시 신일철 두 사건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면서 징용 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 범위 밖이라고 했다.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는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아니하였음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포기되지 아니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단, 이 판결은 이어 다음과 같이 예비적인 해석을 내놨다.

"위 원고들의 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그 개인청구권 자체는 청구권협정만으로 당연히 소멸한다고 볼 수는 없고, 다만 청구권협정으로 그 청구권에 관한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이 포기됨으로써 일본의 국내 조치로 해당 청구권이 일본국 내에서 소멸하여도 대한민국이 이를 외교적으로 보호할 수단을 상실하게 될 뿐이다"

즉 대법원은 "징용 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 범위 외이며 외교보호권도 포기하지 않았다"라는 주위적 해석과 "한일청구권협정의 범위 내이며 외교보호권을 포기했다"라는 예비적 해석을 나타냈다. 예비적 해석은 종래 한국 정부가 채택하고 있다고 일반적으로 이해된 견해이며 주위적 해석은 피해자 시각으로 보면 이를 한 걸음 전진시키는 것이었다. 대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삼권 분립에 배려해서 외교보호권 포기 여부의 판단을 정부에 맡긴 것이라고 생각된다.


4 문 대통령은 종전 정부 견해를 유지
대법원 판결에서 후퇴


그 후 한국 정부가 위 대법원 판결의 주위적 해석과 예비적 해석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주목됐다. 하지만 당시의 이명박 정부도 다음 박근혜 정부도 징용 문제에 언급하지 않았다. 이 침묵을 깬 것이 이번 문 대통령 발언이다.

그는 우선 8.15광복절 경축사에서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이 문제를 언급했다.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한일 간의 역사문제 해결에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민적 합의에 기한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보상,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국제사회의 원칙이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 원칙을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일본 지도자들의 용기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이어 8.17.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 질문에 다음과 같이 응답했다.

"말씀하신 것 중 일본군 위안부 부분은 한일 회담 당시 알지 못했던 문제였습니다. 말하자면 그 회담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문제입니다. 위안부 문제가 알려지고 사회 문제가 된 것은 한일 회담 훨씬 이후의 일입니다. 위안부 문제가 한일 회담으로 해결됐다는 것은 맞지 않는 말입니다. 강제 징용자 문제도 양국 간의 합의가 개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습니다. 양국 합의에도 불구하고 강제 징용자 개인이 미쓰비시를 비롯한 회사를 상대로 가지는 민사적인 권리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게 한국의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의 판례입니다. 정부는 그런 입장에서 과거사 문제에 임하고 있습니다. "

위 대법원 판결과 기자회견 발언을 대조하면, 발언의 의미는 분명하다. 만일 한국 정부가 대법원의 주위적 해석에 입각한다면, "강제 징용 문제도 위안부 문제와 같이 한일 회담에서 해결되지 않았다."라고 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와 달리 "강제 징용자 문제도 양국 간의 합의가 개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습니다. 양국 합의에도 불구하고 강제 징용자 개인이 미쓰비시를 비롯한 회사를 상대로 가지는 민사적인 권리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며 강제 징용 문제가 한일청구권협정의 범위 내임을 전제로 한일청구권협정의 효과는 외교보호권의 포기이며 개인의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견해를 표명한 것이다. 게다가 청구권협정의 효과가 미치지 않는 것에 대한 "양국 간의 합의가 개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습니다."라는 설명은 앞에 본 원폭 재판에서의 일본 정부 주장 그대로다.

즉, 위 발언은 한국 정부가 "식민지 지배에 직결된 불법 행위인 강제 징용 문제도 한일청구권협정 범위 밖이며 외교보호권도 포기하지 않았다"라는 대법원 판결 주위적 해석을 부정하고 예비적 해석에 입각한다는 선언임에 의심이 없다. 징용 문제가 한일청구권협정의 범위 내에 있다는 인식은 민관공동위원회 견해에서 묵시적으로 표명된 것이며 협정의 효과가 외교보호권 포기에 지나지 않고 개인의 권리는 존속하고 있다는 해석도 김영삼 김대중 정부의 해석과 마찬가지이다. 요컨대 문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한 외교 보호권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대법원의 주위적 해석을 부정하고 종전 한국 정부의 입장을 유지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피해자에게는 적극적인 내용이 아니다.


5 일본 정부의 부당한 항의
데마에 의한 여론 조작


그러나 이 발언에 대해 피해자가 아니라 일본 정부가 항의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대통령의 "개인 청구권은 남아 있다" 발언에 대해서 주한 대사관을 통해 "징용 문제는 1965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된 것"이라고 항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에 본 바와 같이 한일청구권협정은 개인 청구권을 소멸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견해이며, 문 대통령 발언은 이와 모순되지 않다. 외무성이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으므로 일본 정부의 항의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문 대통령 발언이 종전의 한일 양국 정부의 견해를 답습한 것임을 알면서, 한국 정부가 이미 해결한 문제를 다시 문제 삼았다는 데마로 일본 여론을 조작하려고 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6 일본 언론의 “가짜 뉴스”
소홀한 기본적 사실 확인


그러나 문 대통령 발언이 일본 정부의 입장과 모순되지 않음을 지적한 일본 언론은 알기로는 뉴스 사이트 "리테라(LITERA)"뿐이며 다른 언론들은 일본 정부에 추종한 오보의 대합창을 벌였다.

우선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서 마이니치(毎日) 신문 8.16 사설이 "신중성이 결여된 ‘징용’ 언급"이라는 제목으로 오보의 물꼬를 텄다. 강제 징용 문제는 "1965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된 것으로 되어 있다","노무현 정부 당시 2015년, 강제 징용 문제는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된 것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 문제를 담당하는 수석 비서관으로 작업에 참여하고 있었다"라고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와 징용 문제를 나란히 하면서 언급한 것을 비난하며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이란 개인 청구권 소멸을 의미하지 않다는 게 한일 정부와 법원의 견해라는 사실은 묵살했다.

그리고 8.17기자회견이 이루어지자 아사히(朝日)신문 8.18사설 "징용 문제 역사 재연 막는 노력해야", 닛케이(日経)신문8.19사설 "한국은 징용공(徵用工) 문제를 다시 되풀이지 말라" 요미우리(読売)신문 8.20사설 "변절로 한일 관계 깨는 건가?" 산케이(産経)신문 8.21사설 "국교 기반까지 무너뜨리는 건가?" 도쿄 신문 8.24사설 "징용공과 한일, 외교의 근간을 무너뜨리지 말라"가 이를 이었다. 이들은 모두 전제가 된 기본적인 사실에 오인 또는 허위가 있었다.

"일본 정부는 1965청구권협정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해왔다. 노무현 정부는…징용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다고 견해를 정리했다."(아사히)

"두 정부 모두 지금까지 징용공 문제는 해결 완료했다는 인식을 원칙적으로 공유하고 있었다…노무현 정부는… 배상을 포함한 책임은 한국 정부가 져야 한다고 정부 견해를 정리했다."(닛케이)

"청구권 문제는 1965 협정으로 일본이 한국에 유상·무상 5억달러 자금을 공여하는 것으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고 확인됐다…노무현 정부가… 전 징용공 등 근로 동원 피해 보상은 협정으로 마무리했다는 견해를 밝혔다."(도쿄)

"한일 청구권·경제 협력협정은 전 징용공을 포함한 청구권에 대해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고 정했다… 노무현 정부는… 전 징용공에 대해서는 그 보상과 구제는 한국 정부가 실시한다라는 결론을 내렸다."(요미우리)

"말할 필요도 없이 배상 문제는 쇼와 40년 한일협정으로 해결된 것이다."(산케이).

한결같이 "한일 양국 정부는 강제 징용 문제는 해결됐다는 견해를 공유하고 왔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 청구권협정에 의한 "해결"이란 개인 청구권 소멸을 의미하지 않은 것에 대해 양국의 역대 정부·사법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는 것, 노무현 정권 때 민관공동위원회 견해도 당연히 이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을 굳이 무시했다. 또 이 견해는 한국 정부가 징용 피해자에게 지불해야 할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말한 것이며, 배상은 한국 정부가 해야한다는 견해를 표명했다는 닛케이, 요미우리의 기재는 오보이다. 게다가 개인 청구권의 존재는 대법원 판결 전부터 한일 정부가 인정하고 있어 대통령 발언은 징용 문제를 한일청구권협정 범위 외에 있다는 대법원의 주위적 해석이 아니라 기존의 정부 견해에 따른 예비적 해석을 채용한 것이라는 사실도 모두 무시했다.

그러고 나서 대통령 발언은 종전 한국 정부의 입장이나 국가 간 합의를 일탈하는 것이라고 하며 다음처럼 이구동성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전제 사실이 잘못인 이상 모든 비난은 공허하고 단지 고압적인 어조가 듣기 거북한 뿐이다.

"문 씨는 강제 징용 문제의 흐름을 어떻게 정리해서 발언했을까.…역대 정부가 쌓아올린 걸음을 먼저 존중함. 그것이 역사 문제의 재연을 막는 출발점이다."(아사히)

"징용공에 대해서 개인의 배상 청구권을 인정하는 견해를 나타냈다. ‘해결 완료’로 확인한 한일협정을 부정할지도 모를 위태로운 발언이다. …그동안의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환시킨 것은 전후 한일 관계의 출발점인 1965협정 부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역대 정권이 쌓아올려 온 정책을 존중해서 외교의 근간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강력히 바란다."(도쿄)

"종전 정부 입장을 뒤집어서 국가 간에서 체결된 조약이나 협정을 경시하는 이번의 발언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닛케이)

"역대 한국 정부가 유지해온 견해를 일방적으로 뒤집는 것이고 용납할 수 없다."(요미우리)

"전후 보상의 틀만 아니라 국교 관계 자체를 위태롭게 만드는 폭언"(산케이)

또한 8.16 닛케이는 "징용공의 개인 청구권을 인정한다면 기존 입장의 수정이다. 한일청구권협정을 지킬 의지가 없다는 메시지라고 받을 수 있고 대일 관계를 해친다"라는 오쿠무라 히데키(奥村秀樹) 시즈오카(静岡) 대학 준교수의 담화도 붙어 있다.

하지만 한일 양국 정부와 법원이 한일청구권협정은 개인의 권리는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견해를 취하고 있는 것은 국회 의사록이나 판례집을 살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올바른 전제 사실을 바탕으로 대법원 판결과 대통령 발언을 읽으면 대통령 발언이 종전 한국 정부 견해의 답습을 의미한다고 이해하는 것도 쉽다. 각사 모두 기본적 사실의 확인이라는 언론으로서의 초보적 작업을 게을리고 있다. 그러므로, 각사의 "오보"는 만일 고의가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중과실에 의한 것이어서 "가짜 뉴스" 수준에 이르고 있다.

또 닛케이, 도쿄 요미우리 등은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을 "추인"한 것을 비난하고 있지만, 최고 사법기관의 판결 주문을 이끄는 이유에 행정부가 구속되는 것은 당연하며 "추인"을 운운할 여지가 없다. 공모죄 위헌을 이유로 하는 무죄 판결이 최고재판소에서 확정되면 공모죄 집행 정지나 법 개정의 의무를 내각과 국회가 지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는 초등 학교 6년 시절 3권분립을 학습했을 때부터 누구나 잘 아는 일이다. 이처럼 각사의 논평은 너무 조잡하다.

그리고 이 문제의 핵심인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아사히 신문이 "일본이 식민지 지배로 많은 사람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준 것은 사실이다"라고 짧게 언급한 뿐이었다. 반대로 산케이는 "전시 징용이 ’강제 노동’이라고 하는 비판도 잘못이다. 법령(국민징용령)에 근거하여 합법적으로 행한 근로 동원이다"라고까지 주장한다.그러나 국민징용령은 국가총동원법에 의한 벌칙으로 노동을 강제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위법한 강제 노동인지 여부는 국제인권법, 국제인도법의 문제이지 국내 법령에 의거하고 있는지의 문제가 아니다. 아니면 독재 국가의 온갖 인권 침해는 합법이 될 것이다. 만일 인권을 침해하거나 국제인도법을 위반하는 행위가 국내법상 합법이었다고 하면 그 행위가 군인과 관헌에 의한 일탈 행위가 아니라 국가 범죄이었다는 증거일 뿐이다.
또한 며칠 후 아베 총리와의 전화 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위 발언을 "수정"해서 기존 정부 견해를 유지한다고 발언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거듭 말했듯이 기자회견 발언을 읽으면 기존 정부 견해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며 "수정" 보도는 일본 정부와 언론의 자작극이다.

정부가 "인상 조작"을 위해 대통령 발언에 항의해서 데마로 여론을 움직이려고 한 것은 물론 언어도단이다. 그러나 그것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객관적 사실을 확인해서 정부의 행동을 검증하는 것이 언론의 책무일 것이다. 무지와 허위에 근거한 감정적인 비난은 증오를 만들 뿐이다. 지금 주목해야 하는 것은 징용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정부 간에서는 해결됐지만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는 일에 대해서 일본 정부, 최고재판소, 한국 정부, 대법원(예비적 해석)의 견해가 일치한 것이다. 이 일치점을 바탕으로 피해자의 입장에 선 해결을 찾는 것이 진정한 미래 지향적 해결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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